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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8.22 랄프 깁슨, 혹은 ‘결정적’ 세부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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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림 | |||||||
랄프 깁슨은 거의 언제나 ‘결정적’ 세부에 주의를 집중한다. 그 세부를 ‘결정’하는 것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Henri-Cartier Bresson의 ‘결정적 순간’처럼 작가의 대상에 대한 직관력, 섬광처럼 빛나는 구성감각, 빛과 어둠의 효과에 대한 순간적 판단 등이다. 그런데 세부의 상황에 시선을 집중하는 랄프 깁슨의 프레이밍은 대부분 파격적이다. 대상을 과감하게 절단하거나, 예기치 않은 각도에서 다가선다. 그 결과 파편적 형상의 ‘정체성 identity`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지연시킨다. 작가가 부여한 제목을 보고, 주어진 이미지의 형상과 문맥을 해독한 후에 랄프 깁슨의 카메라 앵글, 그리고 대상과의 거리를 추측한 후, 이미지의 상황을 유추해볼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진 찍는 작가의 사진적 정황, 피사체의 환경이 우리에게 명확하게 인지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우리가 피사체의 전모와 작가의 카메라 워크를 분명히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들은 대개 랄프 깁슨의 B급 사진일 뿐이다. 그의 걸작들은 거의 대부분, 피사체의 정체성과 사진적 상황을 파악하려는 욕구를 혼돈에 빠뜨린다. 해답 없는 의문, 불확실한 대답을 연장시키면서 논리적 이성을 기능 장애에 이르게 한다. 그의 탁월한 이미지들은 피사체의 의미와 이미지의 상황을 이해 불능은 아닐지라도, 불확실의 상태로 만드는 파편의 이미지이며, 확실한 의미를 지향하는 이성을 불안하게 만드는 트라우마 trauma의 이미지인 것이다. 의미의 불확실성, 우리의 인식능력에 불안감을 안겨주는 랄프 깁슨의 극단적인 클로즈업, 파격적인 카메라 워크는 그러나 결코 일탈의 자유, 무질서한 프레이밍에 휩쓸리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의 결정적 세부는 즉흥적 감흥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전주의적 규범, 현실을 엄정하게 바라보는 기하학적 정신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는 일탈적인 구도, 예외적인 구성을 사진의 목표로 삼지만, 그의 프레이밍은 기하학적 균형, 엄격한 공간구획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우연에 내맡긴 일탈적 구도, 사물의 우발적 포착은 결코 랄프 깁슨을 규정하는 어사가 될 수 없다.
어둠과 깊은 그림자에 대한 집착,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피사체를 그 정체성이 애매모호할 때까지, 그러나 기하학적 균형에 도달할 때까지 압박하는 그의 경향은 그의 칼라작업에서도 계속된다. 랄프 깁슨은 칼라사진에서도 거의 언제나 ‘결정적 세부’에 주의를 집중한다. 그리고 그 결정적 세부의 구획은, 흑백사진처럼 작가의 직관력, 섬광처럼 빛나는 구성감각, 빛과 어둠의 효과에 대한 순간적 판단에 의존한다. 강렬한 흑백의 대립이 화려한 색상의 대비로 바뀌었을 뿐, 세부의 상황에 시선을 집중하면서 일상의 현실을 낯선 새로움으로 바꾸는 랄프 깁슨의 프레이밍은 칼라사진에서도 변함이 없다. 그의 흑백사진 삼부작에서 보여줬던 사진적 특성들은 칼라사진에서도 그렇게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